오늘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공정함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인 이해에 도전하고, 때로는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공정하다는 개념은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 개념은 자주 간과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공정함의 정의가 얼마나 비극적으로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능력주의는 공정한가
이 책의 도입부에서 샌델 교수는 2019년에 있었던 미국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부정입학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험 감독관에게 돈을 찔러줘서 sat 성적을 조작하고 운동부 감독들에게 뇌물을 줘서 해당 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 체육 특기생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들이 미국에서 벌어져서 2년 전에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이 사건은 많은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데 그 분노의 기저에는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서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에 따라서 공정하게 대가를 누려야 한다는 미국의 능력주의 신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런 능력주의를 신봉하지만 샌델 교수는 이런 믿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능력주의가 무조건 옳은 것일까? 설령 대학 입시가 완벽하게 공정해져서 학생들이 빈부 격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서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경쟁 과정은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감을 선사할 것이다.'라는 이유에서였지요. 실제로 비단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이런 능력주의 신화는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한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굴욕과 모욕감을 선사했다고 합니다.
능력주의도 공정하지 않다
수십 년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생산시설을 저임금 국가로 아웃소싱해서 물가를 저렴하게 낮췄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진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의 혜택은 명문대를 나온 일부 상류층에게만 돌아갔고, 학위를 갖지 못한 대다수 노동자 계급의 수입은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이런 양극화를 정당화시켰습니다. '내가 가난한 건 재능이 부족하고 게을렀기 때문이다.'하고. 능력주의 사회는 패자들에게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이런 심리적인 굴욕감을 선사했습니다.
공정함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
수십 년간 쌓여왔던 대중의 분노가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표출되었습니다. 샌델 교수는 이런 포퓰리즘적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서 사회적 연대와 공동선, 그리고 겸손함을 강조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 성공이 오로지 본인들의 재능과 노력 덕분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행운이 작용했음을 아는 겸손함 그리고 실패한 사람들은 단지 게으르고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었던 불운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도와줘야 된다는 사회적인 연대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가 '공정하다는 착각을 정말 간단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동의되지 않는 부분
이 책에서 동의되지 않는 부분을 거론하기 위해 샌델 교수가 하는 모든 주장의 기저에는 무의식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은 선하고 정직하다는 전제입니다. 인간은 선하다는 전제에 관련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책의 중반부에서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 사회와 귀족정치를 비교하면서 어떤 사회가 더 공정한지 이야기합니다. 한 사회는 귀족중심이며, 소득과 재산은 어떤 집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달려 있고 고스란히 대물림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부유하며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가난을 면치 못합니다. 그들의 자녀도 자녀의 자녀도 똑같은 운명이죠. 그리고 다른 한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여서 재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세습 특권에 따른 것이 아니고 각자가 노력과 재능에 따라 얻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두 나라의 불평등 정도는 똑같이 매우 높습니다.
당신이 가난한 사람이라면 둘 중 어느 사회에서 살고 싶을까요?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하다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살고 싶겠죠. 하지만 샌델 교수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만일 봉건사회에서 농로로 태어났다면 힘들게 살아야 하겠지만, 그런 낮은 지위가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부담은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죽도록 일해서 받들어야 할 지주가 자신보다 더 유능하고 탁월해서 그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가 자신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보겠지요. 또한 부모의 영향력으로 저절로 상류층까지 올라가는 사람도 스스로 확신에 차서 나는 이 일에 최적격인 사람이야라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면 그는 자신이 그 자리를 공개경쟁으로 따낸 게 아님을 알고 있고, 그가 만일 정직하다면 자신의 하급자 가운데 그와 동등하거나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여럿임을 알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인간이 선하다는 전제에는 동의가 되지 않네요. 따라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으로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찾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이라도 더 공정함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약자에 입장에서 배려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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