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탐구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 책 리뷰 (2부)

by Culture오아시스 2024. 3. 2.
반응형

1부에 이어지는 2부 리뷰입니다. 2부에서는 역시 신종우 님의 리뷰를 통해 돈에 거래되는 윤리의식, 윤리를 넘어 자식에 대한 죄책감도 상쇄시키는 인센티브의 원리와 생명보험 때문에 타인의 죽음마저 기다리게 만드는 물질의 유혹, 여러 상술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물질 지상주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돈에 거래되는 윤리 의식

패스트트랙 비판자들은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권리가 매매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항공사는 모든 사람이 같은 수준의 보안 검사를 받지만 단지 비용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다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일류 병원에서는 줄 서기 사업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의사와 진료 예약을 하기 위해 밤새 때로는 며칠 동안 줄을 섭니다. 진료 예약권은 14위안, 약 2달러로 저렴합니다. 그러나 예약권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급한 환자는 임표상에게 예약권을 사는데 금액이 수백 달러에 이릅니다.

 

이러한 사례는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라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때 시장의 도덕성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과 줄 서기, 즉 가격을 지급하는 행위와 기다리는 행위는 재화를 분배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며, 각 방식에 적합한 활동은 다릅니다. 줄 서기 도덕은 선착순 원칙으로 평등주의적 매력을 지닙니다. 따라서 적어도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특권 영향력, 풍부한 재력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치기 권리 구매 현상은 3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으로 대부분 최근에 발달했다는 사실이 이목을 끕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침범의 영역이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 일종의 생활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시장 지향적 경제 논리는 결혼과 이혼을 어떻게 분석할까요? 결혼에서 기대하는 효용이 독신으로 남거나 좀 더 나은 짝을 찾을 때 기대하는 효용보다 초과할 때 결혼이 성사됩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혼자는 독신이 되거나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 때 기대하는 효용이 자녀와의 물리적 별거, 공동자산의 분리, 법률 비용 등 이별로 인해 상실하는 효용을 초과할 때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비트코인사이로 솟아오른 붉은 손
비트코인

 

인센티브의 원리

 

이처럼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 논리로 설명하려는 움직임이 학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한 가지 이유는 사회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인센티브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기존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며 발생한 가치의 변질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많아지자 벌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믿는 일반 경제학의 논리에 비추어 본다면 당황스러운 결과입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벌금 제도의 도입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된 것입니다. 즉 금전적 인센티브가 규범을 바꾼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정적 인센티브에 의존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려면 해당 인센티브가 보호해야 할 태도와 규범을 변질시키는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시장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불평등하거나 강압에 의한 거래만 아니라면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성, 입학, 자격, 환경, 교육 등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의 지배를 받았던 영역까지 돈으로 사고 팔면 도덕적 가치가 밀려난다고 반박합니다. 일반 경제의 논리는 재화를 사고 팔 때 재화의 특징은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사람의 신장, 성, 학위는 돈으로 살 수 있겠지만 도덕적으로는 불미스럽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돈으로 사고 팔 때 분명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재화나 관행이 있습니다. 

죽음을 놓고 벌이는 투기의 유혹

전통적으로 삶과 죽음은 시장에서 금기시되는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시장 논리가 침투하면서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유가족에게 재정적 안전망을 제공하려고 생긴 생명보험은 투기를 목적으로 그 증설을 사고파는 행위가 허용되면서 타인의 죽음을 애타게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죽음을 놓고 벌이는 투기의 유혹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선 예처럼 시장과 사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속하지 않는 영역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맞서지 않고 뒷걸음치는 것은 시장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는 셈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 

불평등의 심화 

20세기까지만 해도 야구 경기장은 기업 임원과 블루칼라 노동자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핫도그나 맥주를 사기 위해 똑같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경기장 높이 자리한 스카이박스가 등장하면서 부자와 특권 계층은 아래 일반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과 분리되었습니다. 비싼 입장료를 받는 스카이박스는 야구장의 훌륭한 수입원이 되고 이를 이용하는 관객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으니 장려해야 할 제도일까요? 이 물음을 통해 샌들은 현대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스카이박스 - 즉 불평등의 심화가 시장의 지배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선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샌들은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이 책의 결론으로 제시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놓치기 쉬웠을 시장주의의 특징들을 윤리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의 소비행태에 대한 경각심이 들게 만드는 책의 내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요즘, 과연 우리는 전시대의 가치관으로 회귀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심해져만 가는  물질 만능주의에 역행하는 가치관을 지키고 살아낼 수 있을까요? 생명의 가치가 돈 보다 무거워지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과연 저자가 제시하는 공공선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나와 또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며 읽어보면 좋을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