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찰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돈이나 시장 가치로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 예를 들어 공정함, 존중, 윤리, 사회적 결속력 등에 대해 다룹니다. 샌델 교수는 돈으로는 구매할 수 없지만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력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재생성된 도덕적 고민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한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셀럽 신종우 님의 리뷰를 통해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물질 지상주의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돈으로 사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정과 사랑, 명예처럼 인간이 지켜야 할 고유의 덕목조차 돈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심각한 윤리적 혼란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입니다. 이러한 사태는 도덕적 영역만이 아니라 일상과 정치에도 알게 모르게 잠식되어 있어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시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는 교도소 수감자들이 하루에 82달러만 내면 깨끗하고 조용한 방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15만 달러를 내면 멸종위기에 놓인 검을 코 뿔소를 사냥할 권리를 준다고 하고, 유럽연합에서는 기업이 단돈 13유로로 대기에 탄소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학생이 자격 미달이어도 부모가 상당한 금액을 대학에 기부하면 입학을 허락합니다.
무엇이든 거래되는 시장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사는 것도 문제지만 생각지도 못한 것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에어뉴질랜드는 777달러를 주고 사람들을 고용해 그들의 머리카락을 밀게 하고 '기분 전환이 필요하면 뉴질랜드로 오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뒤통수에 새긴다고 합니다. 의회 공청회를 참관하려는 로비스트를 대신해 시간당 15~20달러를 받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밤새 줄을 서고 좌석을 확보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에 참여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의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시장 지상주의가 불러온 윤리적 혼란에 시장은 과연 옳은가라는 논쟁적 물음을 제시합니다. 샌들은 이 책에서 시장의 논리가 사회와 일상을 침투해 윤리적 문제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시장의 역할과 범위
시장의 자율 규제와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장 거래가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현대 정치학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역할과 그 영향력의 범위에 관한 논의입니다. 독자들은 그러한 문제 제기와 함께 '우리는 시장 경제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장 사회를 원하는가? ', '공공생활과 개인 관계에서 시장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돈의 논리가 작용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 라는 질문을 통해 시장의 역할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숙고할 공적 토론의 장을 제공합니다. 시장이 지닌 매력 중 하나는 스스로 만족하는 개인의 선택에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간이식을 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 동의한 성인이 자신의 간을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얼마죠" 일 뿐입니다.
시장의 가치 뒤에 있는 도덕적 판단
시장은 훌륭한 선택과 저급한 선택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시장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특정재화를 사고파는 행위가 그 가치를 퇴색시키거나 손상시킨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것의 가치를 좀 더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는게 샌델의 입장입니다. 시장의 한계 뒤에는 이러한 도덕적 판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가 자식을 팔거나 시민이 투표권을 팔도록 허용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판단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재화를 평가하는 방법에 관해 공적인 방식으로 함께 토의해야 합니다. 줄 서기의 윤리와 시장 윤리,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돈을 지불하고 새치기를 합니다. 영국항공은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는 승객들이 여권과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는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계속)
지금까지 물질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 시장의 작동 원리가 인간의 윤리 기준을 뛰어넘을 것인지 또는 과연 특정 재화를 좀 더 적절하게 평가하고 거래를 제한하는 도덕적 판단이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2부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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