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의 생애, 작품, 음악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프랑스의 클래식 음악은 교양 있는 상류층이 향유하는 문화이기도 하지만 대중도 즐기며 공유하는 문화입니다. 프랑스 클래식 음악은 독일 음악보다는 가벼운 인상을 주면서도 프랑스만의 색채와 관현악법의 우수함을 특징으로 합니다. 음악과 문학을 넘나들며 관현악의 혁신을 추구했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를리오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헥토르 베를리오즈

생애 

베를리오즈는 1803년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마을인 라 코트 생트 앙드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의사였던 아버지의 강요에 따라 파리에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베를리오즈는 오페라를 보고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아버지를 설득하여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던 베를리오즈는 음악원에서 보수적인 교수들과 마찰을 빚었으나 1830년, 로마상 콩쿠르에서 <사르다나팔의 죽음>으로 대상을 받으며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로마로 유학을 갔다가 향수병에 시달려 파리로 돌아온 베를리오즈는 음악비평가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 극단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햄릿>의 오필리아역을 맡았던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의 짝사랑 경험이 <환상교향곡>의 모티브가 되었고 <환상교향곡>이 성공한 이후 후속 작품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에서 베를리오즈의 명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침체기를 겪으며 외국으로 공연여행을 떠났고 러시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프랑스로 돌아온 이후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했고 경제적 궁핍과 프랑스 음악계와의 마찰로 인해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1856년 프랑스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면서 생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나 1869년 3월 8일, 지병으로 파리에서 별세했습니다. 

작품

베를리오즈는 교향곡에 표제음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언어를 창조하여 자신만의 교향곡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파리 음악원에서 학습하던 시기에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여러 중요한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은 1830년에 초연되었는데 '어느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붙이고 각 악장마다 제목을 붙이는 새로운 교향곡의 형식을 시도해 교향곡의 형식과 내용 면에서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레퀴엠"(Grande messe des morts)과 "로미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 같은 대규모 합창 작품들로도 유명합니다.

 

기타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로드 바이런의 시에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의 해롤드"와 초기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이르러 오페라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대작 "트로이의 사람들"과 "벤베누토 첼리니"가 있습니다. 오페라 '트로이의 사람들'은 2003년 베를리오즈 탄생 200주년과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개관을 기념하면서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의 지휘로 연주되기도 했습니다. 

음악사에 끼친 영향 

19세기 초 베토벤이 교향곡의 완성이라는 업적을 이룬 후 한동안 유럽에는 베토벤의 교향곡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내놓는 음악가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주목받은 프랑스의 음악가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입니다. 그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으며 당시에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자유로운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프랑스 작곡가로는 예외적으로 대규모 기악곡의 창작에 몰두해 프랑스인 특유의 섬세함이 관현악의 감미로운 음색에 의해 잘 표현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베토벤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베를리오즈는 스스로 자신을 베토벤의 사도로 자처하였습니다. 그의 음악세계의 대표적인 특징은 문학과 음악을 자유로이 넘나들어 음악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관현악에 부제를 붙이는 새로운 관현악곡 기법을 창시할 수 있게 하였고 악기의 음색과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여 환상과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베를리오즈는 대규모의 관현악단을 조직하였고 혁신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음악 비평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환상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럴드>,<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새로운 음색과 음향의 표현을 위하여 오케스트라의 독창적인 구조와  악기 편성을 시도함으로써 오케스트라 음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악기의 개성적인 음색과 효과적인 리듬조정으로 표현의 폭을 넓힌 근대적인 관현악법은 후세 인상주의 작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관현악법에 관한 논문은 오케스트라의 색채와 질감을 해석하는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당대의 명망 높은 음악 평론가로서 베토벤과 바그너와 같은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옹호했고,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지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베를리오즈의 유산은 음악과 문학을 넘나들며 상상력의 힘과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중요시 한 부분에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한때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베를리오즈의 대담함과 독창성은 후대에 새롭게 해석되고 있으며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거장으로서 미래에 올 세대가 예술 형태에서 새로운 지평을 탐험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고 하겠습니다.